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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평소때라면 귀찮이즘이 발동해 낯선이가 지쳐 돌아설 때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었다.

요즘 둘째 아들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UPS나Amazon 택배가 수시로 들락거려 배달 온 물건 확인차 열어 준다.

그날도 초인종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해 택배 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왠 한국인
중년 부부가 인사를 건넨다.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건네고 용건을 물었더니 남자 분이 대뜸 행복에 관해 얘길 하겠다고 하신다.

‘헉, 😱

아침부터 잘못걸렸네.’싶었다.

상대방 얘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말 꼬리를 자르고 잡상인 취급하듯  인사만
하고 문을 꽝~하고 닫아 버렸다.
닫고 난 문 사이로 여자 분의
“안녕히 계세요.”하는 인사말이 가늘게 바늘 끝이 되어 따끔하다.

그걸로 끝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문제는 문을 닫고 돌아 선 내가 지레 겁먹고
과잉 방어를 한건 아니었나 싶어 마음이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좀더 얘길 들어줄껄 그랬나?’
초면인데 너무 야박하게 굴었나싶었다.
아이처럼 급하게 문을 닫아 버린 미숙한 내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분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집이 방문하는
첫 집 일텐데 아침부터 소박맞고 돌아서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쇠로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위치만 바뀌면 언제라도 그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짠한 생각이 들었다.

거절당하고 돌아 선 그들의 하루를 아침부터 내가 망친 건 아닐까싶어 주어진 일을 하다가도 말 풍선이 그려져 집중도가 떨어졌다.
혹시 속상한 마음에 뒤돌아 가며
‘잘먹고 잘 살아라.’하고
욕하고 가진 않았을까?
웬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
거절당한 그 분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찝찝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에서 살 때 아찔한 경험을 한 적 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선한 인상의
여자 두 분이 서 계셨다. 별 의심없이 문을 열어 드렸고 집 안으로 들어 온 두 분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며 훅 빠지게 했다. 당시 어리석은 젊은 엄마의 가득찬 욕망을  그들은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욕심에 눈이 가리워져 있던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싶은 말만 쏙쏙 뽑아 듣고 있었다.

나중에 돈 이야기가 나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아닌데…’
하는 낯선 감정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든 그들을 밖으로 보내야 했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멀리서 일단  기다리라며 안심 시킨 뒤 은행 가는 척 하며 아파트 주민들 틈에 끼여 줄행랑을 쳤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꽁공 걸어 잠그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 자신이 너무 바보같아 퇴근한 남편에게 말도 꺼내지 못했었다.

묵은 기억 때문인지 둘 씩 짝지어 방문하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보면 방어기제가 먼저 발동 하는 것 같다.

내 내면을 들키고 싶지 않고 내 얼마남지 않은 믿음이 저들 앞에서 흔들리게 될까봐 겁이 나다소 무례하다 싶은 행동을 하는 것 같다.

그 당시 사건으로부터 시간, 공간 , 그리고 나의 처지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안다. 그래도 나의 무의식 어딘가에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젊은 엄마가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소리없이 가진 것들이 많아져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무거워지는 삶에게 물어 본다?
“너 오늘 괜찮아?”



#방문자#거절#망친 하루#아찔한 경험#괜찮아#일상#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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