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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발톱을  깍아 드린 적이 있는가?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 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 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이 승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리며,[아픔이 너를 꽃피웠다],문학사상,2018


가장 품위 없어 보이고 성한 것 없어 보이는 발톱을 가물 가물 손 가락에 셀 정도로 몇 번 깎아드린 기억이 내게도 있다.

돌아 가신 친정 엄마는 오랫동안 당뇨를 앓으셨다. 어쩌다 발톱을 깎아 드리면 오른 쪽 네 번째 발가락이 손톱깎이 입을 최대한 벌여도 깍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들려 있었다.
혼자 잘난척 하는 것 마냥 두툼하게 말이다.
당시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그랬던 모양이다.

유난히 작은 엄마의 발!
아파도 삐족 구두 신고 멋내고 싶었던
그 조그마한 발!
아프다는 소리 하지 말고 편한 운동화 신고
운동하라며 나도 잘 하지 않는 운동 하라며 싫은 소리 많이 들었던 엄마의 그 발!

나이가 드니 왜이리 더 작아 보이던지!
지 새끼 챙기기 바빠 자주 내려오지도 못하고 동동 거리는 것을 알기에 어쩌다 명절 바쁜 것 피해 내려가면 발톱을 깎아달라 부탁 하셨다.

당시 젊은 엄마인 내가 친정 엄마의
애로사항이 눈에 들어오기나 했겠나?

이곳 미국에서 베트남 여성들이 꽉 잡고 있는 업계가 발 맛사지와 손•발톱 메니큐어 발라주고 손질해 주는 분야다.

가벼운 샌들 차림에 아가씨들이 와서 예쁘게 치장하고 기분내고 간다. 손톱을 무기인냥 길게 늘어 뜨려 카드 단말기 번호 누룰때 에라가 나기도 하고 그런 손톱에 할퀴면 까딱 잘못하면 죽음이다 싶기도 하다.

중년 여인들도 가볍게 즐기는 걸 보면 그들에게 일상이며 문화 같기도 하다.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봉숭아 물들이는 일 같으면 몰라도…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화학적인 냄새가 확 뿜어져 나와 싫다.  음식할 때 묻어 나올 것 같아 찝찝해서 더 싫다. 요즘엔 한 번 해 볼까 싶다가도 손•발톱이 얇아져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래서 옆집이 네일 가게 인데도 불구하고 관심도 없고 가본 적이 없다.

이런 내가 다시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다.
어느날 차 한 대가 장애인 파킹랏에 멈춰 섰는데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할아버지가 옆집 네일 가게로 들어가시는 거다.

‘아니, 몸도 물편하신 분이 무슨 네일 가게냐?’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보다  할아버지까지 들어 가 한참 있다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으아했다.

‘아니, 할아버지가 저 곳에 무슨 볼일이 있을까?’

눈도 침침하고 손도 떨리는  노 부부가 발톱을 깎아 줄 사람이 없어 손수 운전하고 여기까지 오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아~그랬구나!  나이들면 저런 간단한 일상의 일도 그들에게 버거운 일일 수 있겠구나.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이런 곳을 들락 거려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졌다.

발톱을 내 손으로 직접 깎을 수 있는 것도 복이고 나이 더 들어 발톱 깎아 줄 자식이 함께 산다면 더 큰 복일 것 같다. 내 맘대로 되지 않을 걸 알지만 시인의 글처럼 어미의 거친 발톱을 깎아 주려 몸을 둥글게 말고 구부리는 다 큰 자식의 돌봄 또한 받고 싶은 것은 과한 욕심일까?


# 발톱 깎기#네일가게#문화#돌봄#일상#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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