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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짜리 짧은 광고 한 편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한 아이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밖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돌아 왔다. 빈 도시락을 가방에 다시 넣으려는데 묵직하다. 열어 보니 반 친구들이 십시일반 채워 넣은 내용물들로 작은 도시락이 가득 찼다.

‘내가 준 거야 .’ 하며 은근 티를 내는 친구들도 보이고 본인 가진 것 다 주고도 친구가 미안해 할까봐 시치미 딱 떼고 앞만 쳐다보며 먹고 있는 옆 짝궁의 모습도 보인다. 능청스럽게 아닌 척 열심히 먹고 있는 그 녀석에게 눈길이 한 번 더 머문다.

‘고녀석 연기가 아카데미 주연상 감이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이   따뜻한 바람을 몰고와 교실안 온도를 ‘확 ‘올려주는 것 같다. 급식하는 요즘 아이 들에게 이런 풍경이 이해가 갈 지 모르겠다. 이 머뭇거림이 아날로그 감성을 타고 내 머릿 속을 통과해 마음 자리에 오래 머물다 간다.

‘배려’가득한 아이로 성장해 주길 어느 부모인들 바라지 않겠는가?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이렇게 키웠다가 우리 아이만 손해 보고 살 것 같아 현실의 부모는 자꾸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초조해 한다. 이런 나눔의 자리조차 ‘성공’이란 거창한 이름 아래 별 것 아닌 일로  취급되어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가는데
먼저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운동장 편지],창비교육,2016

이 시를 읽고 나면 수채화같은 그림 하나가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아 가슴 한켠이  훈훈해 진다. 친구를 살피고 나누고 배려해 준 ‘선재’라는 아이가 내 삶에도 있었나 한 번
더듬어 본다. 아리랑 곡선의 내 삶 어딘가에 이름 모를 ‘선재’같은 이들이 내밀어 준 따뜻한 손을 덥석 잡고 나는 무수히 구덩이에서
다시 일어났으리라!

3주 전 기계치인 내가 디지털 관련 유용한 인터넷 강의가 있어 신청을 했다. 그런데 웬걸 첫 강의 부터 외국어 듣는 것 마냥 익숙지 않은 용어가 발목을 잡았다. 후회가 밀려 왔다. 그래도 다시 힘을내어 두 번 째 강의를 듣는 데 이번엔 절망감이 밀려왔다. 삼 세 번이다. 혹시나 하고 세 번째  강의를 들었다.
역시나…

컴퓨터를 부셔 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까지 이해를 못하는 내 문해력이 한심해서 가슴까지 갑갑해 졌다.

‘이 나이에 뭘 ~ 하겠다고…’

알면 너무 유용할 정보들이 눈 앞에서 손 가락 사이로 다 빠져 나가버리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여기서 그만 두자.
아니야 ~그냥 끝까지 한 번 들어나 봐
아깝잖아. ‘

두 마음이 엎치락 뒤치락 싸우고 있었다.

그냥 다 듣고 후회하기로 했다.
엉덩이 붙이고 열개의 강의를 다 들었다. 아니 모니터에 화면 지나가는 것만 열 개를 본 기분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숨어 있었다. 마지막 편 3분을 남기고 강사가 전해 준 진심어린 위로의 말이 강의 뒷편에 숨겨져 있었다.
마치 보물처럼 말이다.

‘우와 이걸 놓쳤으면 큰 일 날 뻔 했네.’

강의를 어려워 할 나같은 기계치들을 배려해 담아 낸 그 짧은 영상 하나가 다시 천천히 들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준 결정적  계기가 되어 주었다. 상대의 진정성 있는 작은 배려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디지털을 소 닭 보듯 쳐다만 보며 영영 해 보려 시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저 포도 시어서 못먹을거야!’

하고 말하는 여우처럼 내 자신을 열심히 합리화 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인간을 향한 공감과 배려는 어쩌면 미래의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경쟁에서 멋지게 살아 남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배려#빈 도시락#종이 봉지 속 붕어빵#작은 배려# 공감•배려#일상#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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