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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치다.

초등시절 넓게 느껴지는 운동장에서 어른 자전거를 배우려다 실패했다. 나를 잡아주던 그림자가 없어진 걸 알아채고 불안한 나는 축구 골대로 직진해 볼상스럽게 넘어졌다. 오른쪽 발목 부분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흉터로 남은 그 날 이후로 자전거 타기는 내게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휴일 산책을 나온 이들 틈에 한 무리의 자전거 부대가 지나간다. 라임칼라 형광빛 상의 딱 달라붙은 검정 바이커용 바지에 핼맷을 쓰고 운전자들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간다. 경쾌하고 자유로운 그들 모습이 차안에 앉아 있는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오히려 그들이 휘청거릴까봐 옆 차선으로 옮겨 천천히 지나간다.

두 바퀴에 몸을 의지한 그들의 몸놀림이 신기할 뿐이다. 투실한 살집의 남성분 몸을 지탱해 주는 두 바퀴의 힘이 사실 더 놀랍다.
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들 옆을 조심 조심  스쳐가는 내가 얼마나 그들을 시샘하고 있는지 말이다.

어릴적 아빠뒤에 타던 자전거에 든든함이 있었다. 아빠 땀 냄새 맡으며 온전히 의지한 체작은 꼬맹이는 신이 났었다. 젊은 아빠도 수없이 넘어졌을 그 길을 나는 그때 알지 못했다.
알고 가는 길이 아니라 수 없이 선택해서 가야하는 난감한 길임을  알아채지 못해 더 영웅같은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모를 일이다.

대학 후배뒤에 타고 가는 자전거에 설레임과 낭만이 있었다. 귀신같이 용돈 타온 날을 알고 저녁을 사달라하고 무슨 마음이었나 나는 거절 못하고 타온 용돈의 절반을 식사 비용으로 내고 후배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고까지 해야했었다. 중간 고사 시작하는 3학년 봄학기
불쑥  찾아 온 후배는 자전거를 태워 주겠다며 나를 불러냈고 그렇게 후배 등 뒤에 벗꽃 날리는 알싸한 봄 햇살을 만끽하며 시험 스트레스를 잊고 있었다. 이 감성을 가지고 어디서  마누라랑 잘 살고  있으리라.^^

아이들과 함께한 산책길에서 다리가 아픈 시늉을 했더니 큰 아이가 자기 저전거 뒤에 타라며 눈짓한다. 염치불구하고 어린 아들 뒤에 올라타 강변 산책로를 씽씽 달렸다. 아이취급하던 내 시선이 놀랍고 기특한 마음으로 바뀌는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다. 운전대 잡은 큰 아이의 시선을 따라 내 마음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큰 아이의 자전거 사랑은 대학 4년 내내 이어졌고 자기 차를 갖고 나서야 낡은 자전거는 뒤뜰로 고이 모셔졌다. 이 아이도 알고 있겠지 !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무수히 넘어지고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고전적인 저전거 타기

                                            복효근

넘어져보라 수도 없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르팍에 상채기를 새기며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하리라
요즘처럼 아주 작은 어린이용 저전거 말고
페달에 잘끝이 닿지도 않는
어버지의 삼천리호 자전거를 훔쳐 타고서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더욱 오른쪽으로 핸들을 기울여보라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핸들을 더욱 기울여보라
그렇다고 어떻게야 되겠느냐
왼쪽 아니면 오른쪽밖에 없는 이 곤두박질
나라에서 수도 없이 넘어져보라
넘어지는 쪽으로 오히려 핸들을 기울여야 하는 이치를
자전거를 배우다보면 알게 되리라
넘어짐으로 익힌 균형감각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비들을 이해할 날도 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에 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네가 아비가 되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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