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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쳐진 나를 일으켜 세우고 싶을 때 꺼내 입는 옷이 있다. 짧은 가죽상의, 검정 목티, 발레리나가 연상되는 샤스커트, 그리고 검정 부츠를 신고 콧 바람을 쏘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내 안의 특별하고 싶은 욕구를 잠깐 충족시키는 의식같은 행동이다. 특히 이렇게 바람 몹시 불어 대는 날이면 그런 마음이 더 하다.

내가 사는 서든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irnia)의 가을은 미친년 머리 풀어 헤치듯 귀곡성을 내며 부는 거센 바람과 함께 시작된다.

일요일 아침 !
일어나자마자 날씨 확인부터 한다.성당가려 옷장 문을 열고 망설임 끝에 그냥~ 꺼내 입기로 했다. 말많은 왕언니 자매님들의 입방아에 오르 내릴 지도 모르지만,

‘이 나이에 눈치 볼일 뭐 있어.
그냥 입고 싶으면 입는거지.’

하며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만족을 먼저 챙겨주기로 했다.

차려입고 거울속을 들여다 본 나는 만족했다.
비록 숫자상으로 50대 이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은 ‘키다리 아저씨’에 나오는 쥬디 마냥 톡톡 튀는 젊음이 느껴진다. ^^물론 보고 싶은 것만 쏙쏙 뽑아 보며 나르시스같은 행동이 과하면 병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만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의상이 주는 힘으로 나의 쳐진 마음을 추켜 올려주기로 했다.

기름이 떨어져 성당 근처 ‘Shell’주유소에 들렀다.현금$40 손에 쥐고 편의점 문쪽으로 다가갔다. 막 문을 열고 들어 가려던 남자 종업원이 위 아래를 훑으며 웃음띤 눈으로 문지기마냥 문을 열어 젖혀주기까지 한다.

‘캬~ 이맛이지!’

옷이 주는 힘때문에 특별 손님 대접 받은 것 같아 턱을 힘껏 치겨세운다. 기분이 좋아져서말이다. 명품으로 치장하려는 심리 뒤에 숨겨진 인정욕구를 십분 이해하면서 오늘은 그들을 향한 손가락 질을 내려 놓고 나를 달랜다.

‘하루 쯤 괜찮아.’

하며 신데렐라 될 시간을 체크하며 남은 시간을 즐긴다.

미사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가기가 아쉬워 ‘Home Good’ 매장에 들러 추수 감사절과 성탄절에 맞춰 진열된 제품들을 훑어보았다.
당장 사야할 품목과 내년 1,2월 이월 상품으로 사면 좋을 것들을 대충 눈도장 찍어 놓고
챨리 브라운이 그려진 크리스마스용 쟁반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오늘 실컷 달랜 내 self 이만하면 됐다.
기분 업된 마음으로 내일은 평범한 일상으로
신데렐라 일상으로 복귀다.

               단추를 달 듯

                           이해인 수녀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옷을 갈아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가죽옷#기분전환#신데렐라#단추를 달듯#일상#캘리 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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