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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히 쌓인 길!
한 손에 노란 주전자를 들고 아빠 술 심부름을 갔다. 큰 길 반 쯤 왔을 때 얼핏 본 실루엣을 보고 화들짝 놀라 골목으로 얼른 뛰어들어가 몸을 숨기기 바빴다. 콩닥이며 뛰는 가슴,  벌게진 귓볼, 들고 있는 빛 바랜 노란 양철 주전자… 맞다. 내 풋 사랑이 지나가고 있었다.

딸 부자집 막네, 정육점 집 막둥이, 잘 생긴 그 머슴아가 지나가고 있었다. 초등 고 학년 때 일로 기억한다. 지금은 얼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옛 이야기이다. 사춘기를 막 시작할 무렵 내게 그 아이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딴 세상에 속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집에서도 누이들 많은 꽃밭 응석받이에 학교에서도 꼬맹이 꽃밭에 에워쌓여   늘~ 함박꽃처럼 웃고 있었던 아이!
말 한번 건네 보지 못하고 멀리서 부러워만 하던 나!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중학생이 되어 막 졸업한 총각 선생님이 수학 교사로  학교에 오셨다. 학교가 뒤집어졌다. 티 안나게 예뻐 보이려고 여중생들이 난리였다. 총각 선생님은 눈을 어디에 둘 지 몰라 허공을 맴돌고 어쩌다 수업 중 눈이 딱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날 하루는 내 마음이 교실 천장 찍고 바닥으로 내려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잘 보이려 수학 공부 좀 하고 있었는데 얼마가지 못했다.
왜냐고?
교무실 나란히 앉아 계신 역사 선생님과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내가 수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들 중 크게 한 몫 하셨다. 내 탓도 크지만 말이다. 호호 할아버지 • 할머니가 되어 손주들 재롱 잔치 보며 늙어 가고 계시겠지.



설 익은 일방적인 풋 사랑만 하다 대학 졸업  파티 때 선배 자격으로 놀러 온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2월 졸업 예정인데 1월에 폭풍우 몰아치듯 예상에 없던 인연이 만들어지고 눈 떠보니 어느새 유부녀가 되 있었다. 졸업식때
시어머님이 친정 부모님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나의 환상을 깨는 일은 시댁에서 일상을 시작하는 첫 날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 내 선택이 옳았던 걸까?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엄마가 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허리를 펴니 벌써 하얗게 흰 머리가 내려 앉았다.

“남들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내 인생의 바닥과 비교하지 마라.”

남들 인생 곁눈질 안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찾기는 훨 ~수월해진다. 망원경이 아닌 현미경으로 일상을 바라보면 감사할 꺼리가 넘쳐난다. 주워 담아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본인의 몫이다. 내 상처를 아픈이와 기꺼이 나눌 때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 나의 내면에 누군가가 들어와 쉬어 갈 방 한 칸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풍요로워진다.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에 보면 ‘올라프 ‘
라는 무한 긍정 캐릭터 눈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얼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괴이한 능력을 타고난 언니와 언니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심장이 얼어서 죽는것도 마다하지 않는 동생 안나가 있다.

안나를 보호하기 위해 엘사는 일부러 동생을 피한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하나 필요했다.


눈이 오면 엘사와 안나가 만들던 눈사람!
성탄절만 되면 만들어 서로에게 선물하던
눈사람!
마법으로 가장 처음 만든 것도  눈사람!

바로 ‘올라프’이다.

올라프는 안나를 끊임없이 엘사에게로 인도한다.올라프는  엘사의 따뜻한 마음이다.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네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는 거야.”

“난 아무래도 괜찮으니
당신만 좋으면 돼.”

사랑은 이런 마음 뒤에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 맺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어닐까?

#사랑#풋 사랑#찐 사랑#올라프 사랑#일상#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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