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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때마다 답답하다. 한 숨 한 번 내쉬고

‘나중에’ 하며 다시 닫는다. 그렇게 일 년이 되간다.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질 않는 냉동실 물건들!
살겠다고 꾸역꾸역 갈무리만 해놓고 도대체 뭐가 들었는 지 알수가 없다. 미로처럼 켜켜이 쌓인 먹거리가 얼음동산을 만들어 놓았다.

‘아, 이 망할 놈의 욕심!’

나이들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다음에 꼭 쓰일식재료라며 또 챙겨 넣는다. 이제 닫히지도 않는 냉동고 문짝을 뚫어져라 쳐다만보다
이번에 진짜 어떻게 해야할 것 같다.

신문지 쫙 깔고 연말 정산하는 마음으로 정리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

그때 누군가와 나누었더러면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되었을텐데…

한국에서 보내 온 말린 생선이 이렇게 쳐박히지 않았더라면 멀리 사는 동서에게 보낸 큰 형님 마음이 얼음땡이 되어 온기를 잃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미안해진다. 상할까봐 일부러 건조 시켜 말려 보낸 그 시간과 정성이 버려지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진다.

먹고 남은 양념이 아까워 야채에 볶아 갈무리 해 둔 볶음밥은 매일 새 메뉴를 올려  놓아야 하는  식구들의 까칠한 입 맛 때문에 쌓이고 쌓여 결국 내 손끝에서 진단받고 버려져야 할 것 같다. 내 사랑이 거부 당한 느낌이다. 버리려 하니 굶주리는 사람들 생각에 죄 짓는 것 같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나 혼자 다 먹을 수 없지 않은가!
버려야 제대로 된 식재료 몇 개라도 건질 수 있지 않겠나!


사람도 너무 완벽한 것 보다 조금 빈 구석이 있어야 내가 들어가 채워 줄 구석이 있어 더 매력적이지 않던가! 이제 적당히 비워진 냉동고를 열 때 마다
덜어낸 욕심만큼 만족감이 찾아든다.
분류를 해 내 눈에 쏙들어 오니 되찾은 물건 마냥 애정어린 눈길로 한 번 더 열어 보게 된다. 꽉 차있어 답답한 느낌이 없으니 어쩐지 살림 잘하는 고수가 된 느낌이다. 비록 남편 몰래 버리는 것으로 어설픈 살림 솜씨를 눈가림 하긴했지만 유효한 것 같다.

어쩌면 나의 식재료를 향한 집착은 능력없던젊은 엄마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가야할 것 같다. 할 줄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친정•시댁으로부터 음식 원조 받는 것도 노년이 되어가시는 양가 부모님께 내 가족을 억지로 떠맡기는  기분이 들어 영~~별로였다.  

음식 맛은 장담 할 수 없지만 식구들 먹거리 만큼은 내가 직접 챙기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다른 것은 혹시 못 지키더라도  이것  한 가지 만은 꼭 지키고 살기로 마음 먹어었다. 시간이 흘러 이런 다짐도 무한 반복되며 욕심으로 집착으로 번져간것 같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내 욕심의 실체와 마주서보니 우물 안 욕심 사나운 개구리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가벼워야 뛰기라도 할 것이 아닌가?
양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때로는 내려 놓을 줄 알아야 가벼워질 것이 아닌가?

결과는 나도 남도 제 때 먹지 못해 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요즘 기후 변화 관련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주는 일이 어쩌면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여분이 아닌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조리하고
냉동칸은 50%만 채워서 신선도를 유지하고
식품 저장칸에 쌓아 두는 일을 자제하기로 했다. 어쩌다 많이 생기면 주변 지인들과 바로 바로 나눠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되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뭐든 스몰 스텝으로 천천히 가야 오래 오래 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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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욕심# 비우기# 베이비 스텝#일상
#X-mas#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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