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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쏴~~쏴~~
설거지를 하며 오디오 북을 듣는 내 아침 풍경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따로 있나?’
궁금했다.
작가가 70대 야생 동물학자 라고 한다.
😱
더 궁금해졌다.

짬짬이 일 주일 가량 소요된 것 같다. 오랜만에 오감이 만족 스럽고 여운이 남았던 책으로 기억한다.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다.

한 줄 요약하면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담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습지 소녀로 불리는 ‘카야’라는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어렸을 때 가족에게 버림받고 세상과 단절된 채 습지대 판자 집에서 홀로 성장한다.

내가 어릴 적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 친 할머니와 살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가끔 아빠가 고깃근 둘둘 말아 할머니 집을 방문하셨다. 김치찌개가 밥상에 올라 왔고 맛있게 먹고 난 다음날 꼭  아파서 할머니 속을 상하게 한 적이 많았었다.

그때는 어쩌다 기름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 그런거라 생각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마음에 보고 싶고 외로웠던 마음이 표현할길 없어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카야의 외로움이 잠시 내게 머물다간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테이트’라는 이름의 오빠 친구가 글을 가르치고 그녀를 돌보기 시작한다. 그의 도움으로 책을 읽고, 습지 생물을 그림으로 남기고, 그리고 특이 생물을 채집하고 사랑도 싹터간다.

오빠겸, 보호자겸, 카야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연인겸…
속속들이 카야를 알고, 마음써 주고, 아껴주는 마을의 유일한 존재다. 취미가 같아 이야기도 잘 통하고 그와 있으면 온 우주가 카야를 아늑하고 행복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 그가 대학에 진학을 하고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마을의 바람둥이 쿼터백 체이스가 비집고 들어가고 거짓 결혼 약속과  함께  성적 유린만 당한 체 또 다시 거부당한다.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고 계산적이고 탐욕스런 그의 모습은 어쩌면 그의 죽음이 예견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유부남이면서도 집적되는 원초적인 수컷의 허세라고 할까!

그러던 어느날, 체이스는 소방 망루에서 추락사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카야’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법정에 서면서 이야기에 속도감이 붙기 시작한다.

어디서나 정의로운 손길은 있다. 톰 밀턴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카야의 변호사를 자처하고 그녀의 풀 네임을 불러 주며 , 남들과 똑같이 대해 준 유일한 마을의 백인이다. 그의 차분하고 꼼꼼한 논리 덕분에 카야는 무죄로 풀려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69년도 베트남 전쟁과 인종 차별 정책이 심하던 시절이다.
카야를 유일하게 친구로 대하고 도움을 주는 ‘점핑’이라는 흑인이 나온다. 마을 아이들에게 돌팔매질 당해도 고개 숙이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속마음으로 그저 길을 멀리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그의 모습에 ‘카야’가 놀려대는 사내 아아들을 향해 메고 있던 가방으로 야무지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은 통쾌 그 자체였다. 마을의  약자이면서 더 약자인 카야를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호해 주려 애쓰던 인정 많은 사람이다.

카야에게 습지는 어머니와 같다. 모두 자기곁을 떠나 갔지만 변화 무쌍한 습지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놀랄만한 성장을 이룬다.

홍합을 채취하고, 귀한 습지 새들의 깃털을 모으고 , 갈매기와 대화하고, 습지 동물을 관찰하며 야생의 생태학자로 변모해 가는 모습은 마음 속 응원을 보이는 독자들에게 뿌듯함을 선사한다. 작가 자신의 오랜 야생 동물 관찰 경험들이 카야라는  한 인물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반딧불이 이야기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반디는 같은 개체끼리 짝짓기를 하는데 어쩔땐 암놈 반딧불이가 속임수를 써 숫놈을 유혹하고 잡아 먹어버린다는 아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어린 시절 한 여름 밤을 예쁘게 수놓었던 반닷불이에 대한 환상이 확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재 갈매기 이야기도 또한 흥미로웠다.
새끼들이 어미새 주변에 선명하게 박힌 점을 부리로 찍지 않으면 먹이를 주지 않아 굶어 죽는 새끼도 많다고 한다. 자연의 이치가 경이롭지 않은가! 습지에 관련된 베스트셀러 책들을 내고, 어멜다 해밀턴 가명으로 지방 신문사에 시를 투고 하고, 테이트와 결혼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잠시 행복 무드로 숨고르기를 한다.

그러다 카야의 죽음을 맞고
테이트가 그녀의 유품들을 정리하다  체이스 죽음에 관련된 ‘진주 조개 목걸이’ 를 발견하게된다.

나도 잠깐 이 반전에 숨을 멈췄었다.

‘카야가 체이스를 소방망루에서 응징했구나!’

하지만 이미 둘 다 저 세상 사람이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냥 그녀의 복수에 공감해 주기로 했다. 소설이니까.^^

이 책을 옮긴이는 마지막 녹음 부분에 이렇게 말했다.

“독자들을 남부 노스 캐롤라이나주로 데려가고, 습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고,
읽고 난 후에 독자들을 변화 시키는 책이다.”

라고 한 그녀의 말에 나 역시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 가재가 노래 하는 곳# 카야#테이트#체이스#점핑#톰 밀턴#습지 #일상#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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