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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청설모 한 마리가 석류나무에 놀러 왔어요. 사냥개 바람이(6y)와 털 딸 레아(1y)가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바람 이는 어떻게 하든 청설모를 잡고 싶어 하고 레아는 별 관심이 없어 보여요. 작년에 하늘나라로 보낸 엄마 개, 아빠 개 모두 진돗개 종류라 깔끔하고 사냥 본능이 강해 청설모 같은 작은 야생 동물이 눈에 띄면 난리가 납니다. 살려 보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다 혼자 남게 된 바람 이가 불안증후군이 심해 작년 5월에 털 딸 레아를 입양을 했어요. 허스키와 저먼 셰퍼드 믹스인데 달라도 너무 달라 저희 가족이 키우면서 애를 먹고 있답니다. 

 

 

 

 

 

 

 



 

 

 

 

개들이 6개월이면 거의 성인 개로 인식하는데 5개월 반쯤 새벽녘 그것도 일요일 ,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레아 앞 발에서 피가 나는 거예요. 줄줄 쏟아져 급한 대로 못쓰는 남편 러닝셔츠를 찢어 감아 주었지요. 상태가 심각해 운전을 해 동물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순번을 기다리는 데 생사를 오가는 심각한 경우의 개들이 많아 다른 병원으로 가길 권하더군요. 일요일이라 수의사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아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렇게 일요일 하루를 수술을 시키고 집 안에서 한 달 넘게 재활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가족들 일상이 많이 깨졌습니다. 그래도 말 못 하는 짐승이 아프다는 데 어쩌겠어요. 불편한 시간을 견디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레아'의 호기심까지 채우기에 저희 가족들은 역부족이었지요.  출근하는 집안 식구들을 향해 놀아달라 칭얼대지만 다친 다리 아물 때까지 식구들 역시 조심하며 있었거든요. 이 녀석이 스트레스를 집안에 키우는 화초에다 풀고 있질 않겠어요. 큰 화분의 흙을 파헤치거나 자기 키 높이 화초의 잎사귀들을 이빨로 이발을 시켜놓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짜증도 섞이고 인내심에 한계가 느낄 때쯤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분명 개를 입양했는데 고양이를 키우는 느낌이 들 정도로 털 딸 '레아'는 높은 곳에 사진 속  자세로 있는 걸 즐깁니다. 메일 맨 혹은 UPS, Amazon 등 낯선 사람들이 오면 열심히 짓는 것은 바람이 몫이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털 딸 '레아'의 몫으로 점점 고정이 되어가더군요.

 

사람을 너무 좋아 해요.

장난도 심할 정도로 좋아하고요.

 

바람이랑 함께 자면 좋겠다 싶어  큰 집을 마련해 줬더니 바람 이는 안에, 레아는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 층집 구조를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부리더군요. 뭐든 입으로 가져가 씹어대는 취미는 급기야 집도 조금씩 이빨로 갉아 씹어 먹기 시작하더군요. 멀쩡한  새 집을 흔들거리는 헌 집으로 만들어 놔 버렸어요. 원래 추운 고향 출신이라 더운 날 맥을 못 춥니다. 시원한 곳 찾아 그냥 자지요.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를 선호합니다. '바람'이는 물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피해 다니지요. 비가 오면 개 집에 콕 처박혀 웅크리고 볼 일 볼 때만 나와서 너무 대조적이랍니다. 먹으라고 떠 놓은 물그릇에 발 식히겠다고 먹다가 발을 담그거나 장난을 쳐 물그릇 물이 엎질러져 바닥에 쏟아지면 거기에 배를 깔고 잠시 시원함을 즐기기도 해 가족들을 웃기게도 합니다.

 

 

 

 

 

 

 

 

 

 

 

 

 

 

 

등치로치면 털 딸 레아가 조금 큽니다. 하지만 성깔이나 서열 상으로 바람 이가 역시 우위에 있지요. 가끔씩 무례한 느낌이 들면 사진 속처럼 둘이서 한판 뜹니다.  개들은 입으로 많은 것을 표현해요. 자근자근 목덜미 부근을 씹어 주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마치 엄마개가 눈 못 뜨는 강아지 엉뚱한 곳으로 가면 가볍게 물어 제자리로 돌려놓듯이 말입니다. 언뜻 보면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좀 험하게 놀고 있는 거랍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성향의 반려견들을 보며 그 다름이 있어 사랑스럽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평온함도 찾아드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도 나의 다름과 타인의 다름이 존중 되어 질 때 공감이 이루어지고 살 만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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