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모든 ‘먹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포유류는 어금니로 음식을 으깨서 먹게 되어 있다.
지하철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짜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냅킨을
두르고 거위 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그래서 밥의 질감은 운명과도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못이 메었다.
이 비애사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김훈, <밥 1>,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2015-













제가 살고 있는 서든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의 여름은 앞마당 야자수이발 시키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요란한 기계음 소리에 둘러보니 옆집 키 큰 야자수 이발을 시켜 주고 있네요.
대롱대롱 매달린 이의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말이죠.
이곳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요. 바삭바삭 소리가 날 정도로 나뭇잎들이 말라 있어요. 집집마다 스프링 쿨러 같은 장치가 있어 아침•저녁 조절을 하며 잔디밭이나 식물에 시간 맞춰 물을 줍니다. 가뭄이 심하 던 몇 해전 정원사의 손길이 일주일마다 가야 하는 자연 잔디 대신 인공 잔디 까는 일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어요. 일 년 내내 초록색을 유지하고 잔 손질 갈 일이 없으니 집주인 입장에서 이만한 선택지도 없지요. 동네 산책을 하며 유난히 진초록인 집들을 하나둘씩 세어 보며 자연 잔디와 비교도 해 본 적이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보기는 쌈빡한 느낌인데 풀 향이 나지 않아 저는 별로 더라고요. 조금 누릇한 색도 군데군데 섞여 있지만 토끼풀도 나고 가끔 꼬랑지 동그랗고 몸집 작은 야생 토끼가 풀 뜯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자연 잔디가 훨씬 좋더라 고요. 유지는 힘들 태지만요.








어제도 이곳은 달걀 푸라이 해 먹을 날씨였어요. 우리 집 강아지들 시원한 곳 찾아 길게 뻗어 낮잠을 청하지요. 밖으로 땀 배출이 어려우니 털 딸 ‘레아(1y)는 더워서 맥을 못 춥니다. 불그스름 혓바닥이 몇 인치 밖으로 삐져나오고 숨이 거칠어요. 털 딸 ’ 레아’는 시베리아처럼 추운 곳이 고향인 허스키 믹스거든요. 복슬복슬 털이 많으니 한 여름 털 코트 걸치고 산다 생각하면 쉬울 것 같네요.








궁금하시죠.
왜 저렇게 위험한 일을 시키는지 말이죠.






이곳은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입니다. 예방 차원에서 미리 제거를 하는 거지요. 더운 날씨에 자연 발생적으로 날 때도 있고, 운전자들의 부주의로 피우던 담배를 무심코 버리다 옮겨 붙는 경우도 있고, 노후된 전봇대 전선이 스파클을 일으켜 주변 나무에 옮겨 붙기도 하고요.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물 먹는 하마가 아닌 불 먹는 하마가 되어 주변 사물을 순식간에 집어삼켜버립니다. 바람 부는 날 집에서 식구들과 바비큐 해 먹다 불씨가 바람에 날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생겨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할 때도 았답니다. 몇 년 전에 난 산불로 아직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집주인들도 많고요. 보험회사와 실랑이하며 서류만 차곡차곡 쌓일 뿐 굼벵이 일 처리 속도에 짜증도 많이 나있을 겁니다. 데리고 살 던 말이나 다른 가축들도 놀라 날뛰다 방향을 잘못 잡아 불길 속으로 들어가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고요. 작은 불씨 하나의 힘은 대단합니다. 재산과 인명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재앙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예방만큼 좋은 해결책도 없는 거지요.








보통 위험한 3D직종의 종사자들은 이민자들입니다. 특히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지요. 딱히 가진 것 없고 몸 하나로 쉽게 식구들 먹여 살리는 일이 가능하니까요.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 가면 인간은 누구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새내기 아니겠어요. 그나마 장비를 갖추고 저 높은 야자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고수입니다.
그마저 갖추지 못한 왕초보는 줄을 잡아 주거나 밑에 떨어진 여자수 잎을 긁어모으는 일을 합니다. 미니멀한  팀을 꾸려 기동성 있게 협업을 하는 거지요.














짜잔~~
어때요!
깔끔해졌지요.
집 근처로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말이죠.
오늘 하루의 고된 노동으로 기분 좋게 먹을 것 싸들고 식구들 보러 갈 가장의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습니다. 우당탕 탕 하고 아빠를 기다릴 아이들 모습도 떠오르고, 주방 근처를 바삐 움직이며 돌아 올 남편과 아이들의 먹거리를 챙기고 있을 안주인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차린 것 많이 없어도 식탁에 모두 모여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야자수 머리 깎이기#일상#캘리포니아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