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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이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사춘기 시절 라디오를 통해 수 없이 들었 던 노래 <얼굴>의 가사 일부다. 가늘고 청아한 목소리가 사연을 가진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었다.  보고 싶은 얼굴, 그리움에 사묻힌 얼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메아리로 돌아오는 얼굴…
노래를 부른 주인공이 ‘윤 연선’ 이란 이름으로 활동 했다는 것을 세월이 한참  흘러서야
알게 되었다.

내게도 보고싶고 미안한 얼굴 하나가
지나간다.
엘리자베스 이모!

이민 초창기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골머리 썩고 있을 때 마라톤 전화로 귀찮을 법도 할 텐데 충분히  기다려 주고 들어 주셨 던 유일한 분이셨다. 아이들 문제, 경제적 문제, 그리고 여자로서의 정체성 문제 등등 갈피를 못 잡고 이리 저리 널뛰기 하는 내 감정을 차분히 들어 주시고 바라봐 주신 큰 언니 같은 분이셨다.

지금 와 생각하면 그 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별 것 아닌 일로 참 많이 괴롭혀 온 것 같아 민망 하기도 하다.

이모의 개인적인 삶 역시 힘들었 던 시간임을 알기에 더 고맙고 그립다.

지금도 미안하고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용서해 달라 청하고 싶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어느날 일하는 곳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한창 바쁘게 일을 하던 중 걸려 온 전화라 사실 귀찮았다. 전화 번호를 보니 ‘엘리자벹 이모’였다.
‘바쁜데,하필이면…나중에 전화하지 뭘.’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던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또 나에게 주어진 일상을 사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며칠 후 갑작스런 이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이모가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했구나!’

두 번 째 항암 치료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며 가며 잠깐씩 인사만 주고 받을 뿐 내 발등에 불끄기 바빠 따로 시간을 내어 찾
아 뵙질 못했다. 서투르고 어리석고 이기적인 그때 내 행동은 살면서 두고 두고 후회로 남았다.

더이상 이모에게 받았 던 사랑을 돌려 드릴 수 없음을 안다. 받았던 그 기억을 살려 누군가에게 내리 사랑으로 전달해 줘야 함을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다.

화장기 없이도 풋풋했 던 20대를 지나고
내가 아닌 누구의 아내, 엄마로만 불리우며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느라 자신에게 몹시 야박하게  굴었던 30-40대의 푸석하고
용감 무쌍한 시간을 지나 이제 내 삶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 50대 시간으로 들어섰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주저 앉은 주변의 작은 이를 일으켜 세워 함께 갈 수 있는 내공을 키우려 마음 공부 중이다.

혼자서 빨리 가는 삶 보다 함께 멀리 가는 삶을 택하고 싶다. 누가 알아 주지 않아도 내가 알아주면 되지 않겠나!


#얼굴#엘리자벹 이모#후회#함께 가자#일상#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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