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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절규>

노르웨이 표현주의 작가, 판화가

박복한 연애사( 밀로 탈로, 다그니 유엘, 툴라 라르센)

유화 약 1,100여 점

판화 약 18,000여 점

드로잉, 수채화 약 4,500점

조각 6점

92권 스케치북과 편지, 다량의 석판

 

2. 생애

 

 

 놀란 표정을 한 카톡  이모티콘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이죠. 바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 그리고 연속된 사랑의 실패를 겪고 그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 그리고 존재의 근원에 도사리고 있는 고독, 질투, 불안 등을 소재로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그림은 전반적으로 우울하거나 신경증적인, 불안한 느낌이 나는 우중충한 작품이 많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임산부는 절대 <절규> 같은 그림은 보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뭉크 , <절규(The Scream)>,1893,위키피디아

 

 

'절규'라는 뜻 자체가 있는 힘을 다하여 절절하게 부르짖는 모습을 뜻하는 한자어 라지요. 이 긴 말 뜻을 표정하나로 해결한 사람이 뭉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19세기 말쯤에 그려진 작품으로 공포스러우면서도 놀라는 표정과 흘러가는 듯한 배경은 인간 모두에게 보편적인 경험이 있기에 더 크게 공감하고 자주 패러디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현대인들이 늘 접하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한방에 표현된 느낌이 드니 말입니다. 해골바가지 같은 얼굴이 뭉크가 박물관에 전시된 고통스러운 표정의 미라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설도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볼에 손을 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들려오는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는 동작일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뭉크는 끔찍한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충격파처럼 인물의 얼굴을 원초적 두려움의 모습을 변형시키는 일련의 요동치는 선을 통해 절규를 묘사합니다. 더군다나 뒤에 걸어오는 두 명의 인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져 있으니 이 효과가 더 강조 될 수밖에요. 

 

"어느 날 저녁, 나는 친구 2명과 함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이 있고 내  아래에는 피오르드가 있었다.  나는 피곤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나는 자연을 뚫고 나오는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피 같은 구름이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색채들이 비명을 질러댔다."(뭉크 일기 중)

 

<절규>는 연작품으로 총 4개가 있다. 첫 작품은 위 이미지인 원작이고 두 번째작품은 석판화 형태의 절규 1895), 세 번째 작품은 템페라 화법(1910)으로 그려져 있다고 한다.

 

 

 

 

 

뭉크는 군의관 아버지와 예술적 소양을 갖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5살 때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고, 14살 되던 해에  어머니를 대신해 줬던 큰 누이마저 세상을 떠난다. 당시 아픈 누이 곁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준 이모가 슬퍼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도 만나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 어린 여동생은 정신병 진단을 받았고,  자신이 의사지만 결핵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보며 아내를 살릴 수 없음에 우울증을 앓다 점점 종교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 아버지의 처지도 봐야 했다. 몸까지 허약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그가 찾은 유일한 탈출구가 그림이었다. 그림만이 외롭고 고립된 감정을 캔버스에 담아 풀어내고 현실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형제 중 유일하게 결혼한 남동생마저 결혼 후 6달 후에 사망하게 되어  집안은  늘 죽음의 그림자가 깊게 더러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뭉크 본인도 곧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것도 이쯤 되면 이해가 갈 일이다.

 

 

 

 

 

<흡혈귀>,뭉크,

 

 

 

 

 

 

 

뭉크의 연애사는 그의 그림들만큼 우중충하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에게도 여러 여인이 거쳐갔다. 다만 제대로 된 관계라기보다 상처만 한 움큼 선사하고 간 연애사로 봄이 옳을 것 같다. 그의 첫사랑은 헤이베르그라는 크로아티아 사교계 유명인사였다. 그녀는 해군 장교의 아내였으며 신여성과도 같은 존재로 팜므파탈의 기질이 다분했다고 한다. 뭉크는 그녀를 사랑하며 중독과도 같은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인기 많은 그녀는 상처만 주고 떠나버린다. 뭉크의 평범하지 않은 성장환경이 사교계 퀸카를 상대하기에 풋내 나는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뭉크는 크게 상처를 입고 여자에 대한 혐오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된다. 이때 탄생한 작품이 <흡혈귀>이다. 여자들에 대해 남자의 피를 빨아먹는 뱀 파이러로 표현한 뭉크의 내면에 두려움이 깊게 자리 잡게 된다. 

 

 

 

 

 

<마돈나> 뭉크

 

 

 

 

이후 뭉크는 베를린에 살면서  스카니스와프 프시비세프스키(Stanislaw Przybyszewski)등의 예술가와 교류하게 된다. 문제는 그가 뭉크의  오랜 소꿉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다그니 유엘(Dagny Juel)을  빼앗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당시 그녀는 노르웨이 작가였고 엄청난 미인이었으며 음악적 지식이 풍부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지닌 여성이었다고 한다. 서툴고 어설픈 뭉크에 비해 강한 매력으로 어필했던 모양이다. 이로 인해 뭉크는 '질투'와 '이별' 등의 그림을 통해 다그니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결국 헛수고가 되고 만다. 분노한 뭉크는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마돈나>를 그리게 된다. 성스러운 성모마리아가 아니라 육감적으로 그려져 이 제목이 어울리나 싶기도 하다. 연인에게 이렇게 상처 주고 한 결혼이라면 잘 살아야 할 텐데 그녀 역시 34살 젊은 나이에 충에 맞고 사망한다. 바람이 난 남편 프시비셰프스키(작가)가 다그니와 다른 남자가 불륜을 하게 조장한 후에 그 불륜남에게 살인을 사주했다고 한다. 

 

 

 

 

 

 

<마라의 죽음>,뭉크, 1907

 

 

 

 

 

한동안 좌절에 빠졌던 뭉크는 그 후 툴라 라르센(Tulla Larsen)이란 여자와 다시 교제하게 된다.  자신을 떠나 상처를 주었던 여자들과 달리 툴라의 경우 뭉크보다 4살 더 연상인 그녀는 예술 방면에서 해박하고 성격도 적극적이어서 뭉크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게다가 엄청나게 부유한 집의 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이 너무 지나쳐 집착이 되고 결혼을 강요하기 이른다. 이런 그녀의 태도에 뭉크는 점점 툴라를 멀리하게 되고  툴라는 자살하겠다며 협박한다. 뭉크와 헤어지기 싫었던 그녀는 뭉크의 친구들과 짜고 계략을 꾸민다.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고 거짓으로 뭉크에게 말해 놀란 뭉크가 그녀의 별장으로 가게 되고 거짓말에 배신감을 느끼다 싸우게 되고 결국 툴라를 말렸는데, 하필 이때 총이 발사되어 뭉크의 왼쪽 세 번째 손가락이 관통당하는 사태가 생기고 만다. 불구가 된 손가락을 가리기 위해 뭉크는 가죽장갑을 끼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일을 겪은 후 뭉크가 그린 그림이 <마라의 죽음>이다. 

 

 

이후 그림을 그려 번 돈으로 넓은 땅을 사서 그곳에서 풍경화나 자화상 등을 주로 그리며 20년을 살았다. 한 작품을 팔고 나면 같은 소재로 작품을 또 그리는 일을 반복해서 그려 다작을 남긴 작가다. <태양>이라는 작품은 뭉크의 그림스타일과 다르게 밝고 화사한 작품도 그린 바 있다.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안정감이 찾아오며 반영된 작품 아닐까 싶다.

 

 

 

3. 나가기

 

뭉크는 예민한 시기 한창 사랑을 받고 자라기에도 모자랄 나이에 불우한 가족사와 왜곡된 연애사로 죽음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닌 채 살아 간 화가이다. 죽은 지 몇 십 년 뒤에 누나의 죽음을 탁한 녹색과 검음색의 암울한 상황 묘사로 그려낸 걸 보면 평생 죽음이란 단어를 마음속 깊이 내재화하고 살았던 화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류머티즘, 천식, 그리고 불면증까지 평생 가족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던 화가의 작품을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내면의 상처를 다독여 본다.

 

 

그림출처: 위키피디아, 구글 아트 앤 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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