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가 '톰 포드' 슈트를 입고 등장합니다. 이후 <007 스카이폴>, < 007 스펙터>, <007 노타임 투 다이>에서까지 이어지지요. 영화의 성공과 함께 '톰 포드 '슈트는 품격 있고 섹시한 남자를 상징하는 옷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그의 액션신에도 불구하고 톰 포드의  섹시한 슈트핏은 우아하기까지 합니다. 섹시함이 여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더란 말이죠. 영화 스토리 라인, 스펙타클한 배경, 그리고 이에 걸맞은 음악까지 종합예술에 속하는 영화가 '톰 포드'슈트 덕분에 더 빛났습니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비비안 리가 흑인 하녀의 힘을 빌어 코르셋을 입는 장면이 나옵니다. 덩치 큰 하녀가 코르셋 끈을 꽉꽉 잡아당깁니다. 잘못했다간 숨을 못 쉰 채 기절도 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요. 이런 날렵하고 쏙 들어간 허리 라인을 클래식한  남성복에 재해석해 적용한 겁니다. 

 

 

 

또한 그의 수트 입는 방식은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완벽합니다. 0.1mm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영국 슈트의 완벽한 테일러링과 이탈리아 슈트의 슬림하면서도 정교한 감성, 프렌치 슈트의 뀌뛰르 적인 섬세함이 조화롭게 교차되거든요. 거기에 톰 포드만의 관능이 한 스푼 더해집니다. 성공한 남성이라면  '톰 포드처럼 슈트를 입고 싶다.'는 욕망을 남자들에게 들끓게 한 장본인 셈이죠. 마치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자신감 넘치는  실루엣을 만들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드라마틱 연출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2023 S/S 톰 포드 컬렉션 피날레

 

와이드 라펠(Wide lapel: 넓은 폭의 칼라)

로프트 숄더(roped Shoulder: 어깨 끝 라인을 올린 정통 스타일)

슬림한 허리 라인

큰 티켓 포켓( 동전, 전차 티켓 등을 넣기 위해 디자인된 포켓으로 보통 오른쪽 포켓 위에 덧대어져 있다.)

 

그야말로 허리는 조이고 어깨 패드는 키우는 스타일인거죠. 이러한 요소들이 남성의 섹슈얼한 매력을 한층 우아하게 극대화시켜 준다고 합니다. 

 

 

톰 포드는 검정 ,회색 그리고  백색의 '모노크롬 시크룩 표현에 탁월합니다.

(monochrome chic: 흑백의 미니멀한 컬러로 연출하는 스타일)

검정슈트와 새하얀 셔츠, 짙은 회색 슈트와 좀 더 연한 회색의 셔츠를 매치시키는 등 '흑백 스타일링'에 엄지 척입니다. 이 전통 깊은 컬러들이 수십 또는 수백 가지의 톤과 질감을 지녀, 어떤 프린트나 화려한 컬러들보다 더 강력한 한방의 임팩트가 되지요.

 

 

그는 '타이룩'에서 딤풀(dimple:넥타이 매듭 중앙의 주름)을 깊게 넣는 윈저 노트(windsor knot: 매듭이 좌우로 대칭되는 매듭법)와 포켓스퀘어까지 장식한 정통 클래식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내 남자가 멋있게 보이게 하는 방법일 수 있으니 상식으로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는 '노타이룩'에선 '톰포드룩'의 상징이 된 가슴 중앙까지 풀어헤친 셔츠로 은밀하게 섹시함을 드러내거나, 머플러를 여러 번 둘러 스타일리시한 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일하는 순간조차 톰 포드는 풀어헤친 화이트 셔츠 위로 클래식한 조끼를 덧입어 남자들의 뽐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합니다.

 

 

 

 

텍사스, 뉴멕시코/MeetHk.com

 

 

톰 포드의 유년시절은 어땠을까요.  그는  텍사스 오스틴시에서 자라다가 뉴멕시코주로 11세 때 이주합니다. 어려서 부터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소년이었다고 합니다.  10살 때 어머니를 졸라 구찌의 하얀색 로퍼를 구입했다고 하고요. 학교에 갈 때는 책가방 대신 브리프 케이스를 들고 다녔다고 해요. 중학교 때부터는 남성 패션지 GQ를 탐독하고요. 이 정도면 패션에 진심이란 생각이 듭니다. 

 

 

톰 포드는 뉴욕대 입학후 미술사를 전공으로 공부하였으나 1년 후 중퇴합니다. 이후 TV광고모델 활동에 전념해  전국구 스타가 됐지만 또 그만둡니다. 파슨스 더 뉴스쿨 포 디자인에서 1986년까지 건축학을 배웠지만 진로를 그쪽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졸업 후에는 뉴욕의 의류 브랜드 Cathy Hardwic, 패리 앨리스에서 근무하며 그의 상사였던  마크 케이콥스를 만납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헷갈릴 때가 있지요. 톰 포드도 자신이 겪어 낸 일련의 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거지요. 그는 끌로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패션이라는 천직을 드디어 찾게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 집요함을 발휘하게 되지요. 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모든 스커트를 뒤집어 보면서 옷의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재봉사를 옆에 두고 옷 만드는 법을 익히기도 하고요.

 

 

 

톰 포드가 29살 되던 해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로 건너갑니다.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가 자신이 원하는 옷을만들 수 있는 장소라 확신한 거지요. 당시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던 구찌로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명의 톰 포드를 영입합니다. 구찌로서 신의 한 수 같은 결정을 내린 거지요. 73년의 나이 든 브랜드를 젊은 층이 매력적으로 여길만한 섹시함과 품격으로 레트로와 유행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디자인을 만들어 냅니다.  섹스 어필한 광고까지 더해져 구찌의 매출 성장과 함께 톰 포드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늘 뭔가 신선한 충격을 갈망하는 패션 피플들을 단숨에 매혹시킵니다. 마돈나, 기네스 펠트 같은 스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를 입고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젊고 감각 있는 패션 피플들이 점점 구찌의 톰 포드를  찾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톰포드가 재임한 10년 동안 구찌의 매출이 13배 늘어났다고 합니다. 

 

 

 

 

1995-1996년 구찌의 판매량은 90% 증가합니다. 그가 구찌를 떠나는 2004년 구찌 그룹의 시가 총액은 100억불에 도달했을 정도고요. 실적뿐만 아니라 그 뒤 세대의 의상에 끼친 영향까지 20세기말 톰 포드는 압도적인 세계 최정상의 디자이너로 군림합니다.  톰 포드가 떠날 때 그가 하던 일을 나눠하기 위해 구찌가 고용한 사람이 무려 4명이었다는 전설도 남아있습니다.

 

 

 

 구찌 광고에 노골적인 섹스코드를 삽입해 구찌에 에로틱한 이미지를 덧입힌 장본인입니다. 클래식과 섹스를 섞은 최초의 디자이너였지요. 자칫 천박해 보일 수 있는 섹스를 클래식을 사용해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모델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자신의 고향인 미국 남부의 스타일을 클래식과 함께 섞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상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구찌를 떠납니다. 

 

 

 

구찌(Gucci),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해진 톰 포드는 2005년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톰 포드'를 만듭니다. 아이웨어, 향수를 시작으로 남성복을 만들었고요. 슈트 가격이 5천 달러에서 시작할 정도로 초고가 제품이었습니다. 선택된 소수를 위한 특별한 제품인 셈이죠. 선글라스나 향수는 일반인들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가격대로 '톰 포드'브랜드를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jeOXx1Ibk4

 

 

 

 

 

 

 

2009년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싱글맨>을 발표하여 영화 감독으로 데뷔합니다. 농담이거나 허세가 아니었죠.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소설 <싱글맨>의 판권을 사고, 페이드 투 블랙이라는 영화사를 설립합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700만 달러는 개인 돈으로 조달했다고 합니다.

줄거리는 오랜 연인을 잃은 남자가 죽음보다 못한 일상을 버티는 이야기로 수작이었다는 평판입니다. 배우의 모든 의상, 소품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톰 포드의 손을 거쳐 스타일링된 영화였습니다. <싱글맨>은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됩니다. '톰 포드' 슈트가 얼마나 유혹적인가는 그가 감독한 첫 번째 영화 '싱글맨'에서 다시 증명됩니다.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연기한 조지는 톰 포드 그 자체였지요. 이 영화 덕분에 배우 콜린 퍼스는  '싱글맨'을 통해 남성 슈트사에 영원히 기록될 스타일로 재탄생됩니다. 시상식 룩을 결정해야 할 때마다 톰 포드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콜린 퍼스는 자신이 톰 포드를 알기 전과 후로 , 그의 스타일이 나뉜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Rwa31jgsr4

 

 

2016년  7년만에 차기작이 나옵니다.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역대급 심리 스릴러라는 극찬을 받은 영화고요. 골든 글로브 시상식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말이죠. 톰 포드는 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영화계 경력도 없었지만 그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가 패션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톰 포드(Tom Ford)사 트위터 캡쳐/ 패션업계의 유력 부부, 톰 포드와 리처드 버클리/연합뉴스

 

 

톰 포드는 27년간 동거해온 남자 친구 리처드 버클리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2014년 결혼합니다. 1986년 패션쇼에서 처음 만난 둘은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당시 리처드 버클리가 33세 톰 포드가 25세로 커플의 나이차이가 좀 있는 편이죠. 둘이 처음 데이트해서 사귀던 시절은 에이즈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였어요. 현재 게이 커뮤니티에 40-50대 중년층이 부족한 일종의 세대 갭이 존재하는데 이는 1980년대 많은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둘 사이에 2012년 대리모 출산으로 얻은 아들이 있습니다.

 

 

 

그의 연인 리처드 버클리가 1989년부터 인후암 수술을 했으며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그는 2005년까지 유명 패션지 '보그'의 남성용 판인 '보그 옴므 인터내셔널'( Vogue Hommes Intenational)의 편집장으로 6년간 일했습니다. 뷰티 패션 저널 WWD(Women's Wear Daily), 유명 라이프스타일 잡지 배니티 페어(Vanity Fair)에서 에디터로도 활동하는 등 이 분야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죠. 72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제 고객은
평범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는 민주당 당원으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었고,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절대 자기 옷을 입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백화점에서 퇴출당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퍼스트 레이디는 미국인 대다수가 입을 수 있는 가격대의 의상을 입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옷은 너무 비싸서 퍼스트레이디의 옷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거지요. 심지어 이탈리아 제품이고요. 결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퍼스트레이디가 입은 옷은 랄프 로렌이었습니다.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한 전 세계의 부호들이 톰 포드의 수혜자들인 거지요. 웬만한 명품은 성에 안 차는 사람들이고요. 그런 소수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서비스인 셈이지요.  선택된 소수를 철저히 대접하는 방법으로 성장합니다.  최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극도의 절제력을 발휘하고요. 소량생산, 30% 높은 가격, 제품과 매장 수를 지극히 보수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최고의 지구촌 세일즈를 합니다.

 

 

https://www.tiktok.com/@giogioshin/video/7271285375400758536

 

TikTok · Gio Shin 님

좋아요 27.6K개, 댓글 106개가 있습니다. "톰 포드 향수 추천_ 바닐 노트의 향수들 #톰포드뷰티소속직원 📍가을 맞이 톰 포드 향수 추천 드려요. 📍 Tom Ford Fragrance Recommendation for fall. 📍가까운 톰

www.tiktok.com

 

 

 

최근들어 톰 포드 남자 정장슈트부터 톰 포드 향수, 톰 포드 선글라스, 톰 포드 립스틱까지 토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다가  뷰티 업게 대기업 에스티 로더 (Estee Lauder Companies)가 28억 달러(한화 약 3조 69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됩니다. 최대 규모의 인수 합병이었다고 하네요. 에스티 로더 측은 럭셔리 뷰티 카테고리에 모멘텀을 구축하기 위해 톰 포드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 로랑, 프라다, 발렌티노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인 로레알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조처로 보입니다. 맥(M.A.C), 크리니크(Clinique), 라메르(La mer)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에스티 로더는 톰 포드 인수를 통해 기존 제품군을 강화하고 럭셔리 패션 마켓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디자이너이자 창업자 톰 포드는 2023년 말까지 브랜드에 남아 크리에이티브 비저너리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 인수 합병으로 톰 포드는 억만장자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그는 성명서에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톰 포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고 밝혔고요.  그가 맞이할 새 챕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미국의 랄프 로렌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돈도 없고 빽도 없던 텍사스 촌놈이 3조 7천억 원짜리 브랜드를 만들어 낸 걸 보면 단순한 디자이너 이상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지구촌 최고의 자수성가 스토리인가? 했더니 그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가진 디자이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뭐야?' 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의 길을 실험하고 열어가는 모습이 일반인들도 눈여겨봐야 할 자세라는 생각도 들고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  집요하게 덤벼들고 승부스를 내는 모습이 톰 포드를 더욱 그답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클래식과 섹스를 섞어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상위 1%를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서 절제합니다. 톰 포드가 여러 회사와 믹스해서 만든 제품들 또한 성공의 요인이고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네요. 

 

반응형

+ Recent posts